- 묵었던 옛터전을 새로 이루매 풍기는 먼지라도 향기로워라 http://kg63.or.kr/


'파파'는 ‘맥’이 힘들 때 어디 계셨나요?
이름 : 김승권(kimsk@korea.ac.kr)   작성일 : 13/11/06   조회수 : 849
얼마 전 김명모 교수로부터 소설 오두막 (The Shack)을 읽어 보라는 권유를 받고 마침내 감동 속에서 읽어 보았다. 고맙네 친구야!

오두막은 2008년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 1위에 올라 7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간 소설이다. 이 소설은 저자, William Paul Young의 친구 맥에 대한 얘기다.
주인공 '맥'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에 대한 깊은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엄격한 교회 장로 이면서 술주정뱅이다. 어머니가 술 취한 아버지에게 심하게 구타를 당하고 의식을 잃는 것을 여러 번 목격하면서도 어쩌지 못한다. '맥'이 같은 교회에 다니는 교인에게 그 사실을 고백하게 되지만, 그것을 알고 분노한 아버지에게 흠뻑 두들겨 맞고 열 세 살에 집을 나간다. 가출 후, 타국에서 전쟁에도 참가해 보고, 산전 수전 다 겪고 20대 초반 오스트랠리아 한 신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한다. 그 후 아내, 낸과 사이에 아이 다섯을 낳고 미국 오리건 주에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33년이나 유지해온 규율을 중시하는 아일랜드계 평범한 백인 남성 이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어린 막내 딸 미시를 유괴범에게 살해 당함으로써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 간다. 자기 딸, 미시가 유괴 당하고 나서는 맥은 하나님과 종교에 싫증이 났고, 어떤 차이나 변화도 이루어내지 못하는 작은 종교 모임들에 넌더리를 낸다. 자기가 필요로 하는 순간에 하나님이 도와주지 않은 것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미시를 잃게 된 것에 자책한다. 하나님에게 저항하는 유일한 방법이 자살이라고 생각하여 자살까지도 생각한다.

소설에서는 의인화 된 하나님 '파파'가 맥을 오두막으로 초청하여 예수와 성령과 함께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서 맥의 아버지와 유괴범을 용서하게 하고, 그가 입은 마음의 상처들을 치유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오두막에 도착해 보니 '파파'는 펑크 음악을 듣고, 요리를 하고, 집을 관리하는 뚱뚱한 흑인 여자로 나타난다. 예수는 중동인 모습의 목수나 정원사로......  성령, '사라유'는 정원 관리하는 아시아 여인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주인공 맥과의 대화를 이끈다. 하나님, ‘파파’가 백인이 아니고, 뚱뚱한 흑인 여자로 예수나 성령이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에 대해서는 맥을 사랑하기 때문에 맥이 종교적 타성과 도그마(?)에 쉽게 빠지는걸 막으려는 의도로 그런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말 한다. 그러나 오두막에서 만난 '파파'는 맥이 당한 그 고통을 쉽게 덜어 줄 답은 없다고 한다. 삶은 약간의 시간과 많은 ‘관계’를 필요로 하다는 것을 일러주며, 여러 사건과 상황을 만들어 가면서 예수와 성령이 협력하여 마음의 상처가 치유 되도록 도와 주는 것이 줄거리다. "오두막"은 딸, 미시가 유괴된 곳 이지만, 맥이 스스로 지은, 상처 받은 영혼의 집으로 은유 된다.  
'맥'은 딸 미시가 유괴당하는 현장에 하나님이 없었다고 '파파'에게 항의하고 나아가서 그를 심판하려 한다. 하나님이 예수를 버린 것 아닌가 하는 의문에도 버린 것이 아니고 항상 함께 하고 있었듯이 '맥'의 경우도 그의 딸, 미시도 버린 적이 없다면서…… 인간이 “오로지 자기 고통만 바라보고 있으면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나요?” 하며 반문한다. 자기는 인간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으니 자기에 대한 신뢰를 가지라고 말한다. 인간은 사랑 받도록 창조 되었지만 마치 사랑 받지 않는 것처럼 산다면, 그게 바로 스스로의 삶을 제한하는 것이다 (마치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새끼의 동화에서 자신이 백조란 사실을 모르고 평범한 오리처럼 생각하면, 끝내는 날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처럼…… ). 하나님을 심판하는 것을 포기하고, 있는 그대로의 그를 알도록 해라. 그리하면 자기 중심의 우주관으로 하나님을 밀어내는 대신, 고통 중에서도 그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맥 인생의 근본적 결함은 하나님인 자기를 선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라면서 ‘파파’가 선하다는 사실을 깨 닿게 되면 자기가 하는 일 전부를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신뢰는 할 수 있을 것이며, 신뢰는 사랑 받는다고 느끼는 관계 속에서 맺어지는 열매로 규정한다. 문제는 자기가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을 인간들은 모르고 있기 때문에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대목에서 감사하는 것도 배워야 알게 되는 것처럼 '사랑하는 법'도 가르쳐 주고, 배워야 알게 되는 것이란 것을 이 소설은 우리를 일깨워 준다.

하나님이 현장에 있었다면 왜 미시가 유괴되도록 내버려 두었냐는 암묵적 질문에 대해서는 인간이 신의 명령을 어기고 (창세기에서 선악과를 따 먹음으로써) 자유의지를 갖게 된 이후에 인간이 저지르는 악은 인간이 하나님으로 부터 독립을 요구한 대가 이므로 악의 근원에 대해 하나님도 어쩔 수가 없었다고 답한다. 물론 미리 개입하여 정의를 행할 수는 있지만, 인간을 자기 의지에 굴복하는 노예로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안 한다고 한다. 진정한 사랑은 절대로 강요하지 않는다. 모든 악은 인간의 독립성으로부터 흘러 나오고 독립성은 인간의 선택이었음을 상기시킨다.  '파파'는 인간이 독립을 요구해놓고, 이제 와서 하나님인 자기에게 악을 제어하지 못한다고 화를 내고 있다고 한탄한다. 그 독립요구를 들어줄 만큼 인간을 사랑한 하나님도 인간이 자기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아서 상처를 입고 있다고 한다. 예수의 십자가 사건도 인간에 대한 지극한 사랑 때문에 예수를 악으로부터 구출하여 정의를 선택하기 보다는 십자가의 길을 걷게 함으로써 결국은 자비가 정의를 아기게 한 것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순종은 권위에 관한 복종이 아니라 사랑과 존중의 "관계"에 대한 것이므로 인간이 자유의지에 따라서 행동하기 보다는 독립성을 놓아버리고, 온전하게 하나님에게 순종하게 되면 문제가 해결 될 것이라고 귀띰해준다.

유괴범을 용서하는 것에 대해서 맥은 마지막까지 저항한다. 그러나, "용서란 너를 지배하는 것으로부터 너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임을 알려주고, 용서는 완전한 사랑을 할 수 있는 능력과 기쁨이 파괴되는 것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정의를 행하고자 하는 것은 하나님이 할 일이므로 자기한테 맡기라면서 용서를 종용한다. 그리고 말에는 선언의 힘이 있다면서 수백 번이고 "당신을 용서한다"고 선언하길 원한다.

마지막으로….
오두막은 인간의 삶 속에서 하나님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도록 도와 주는 소설이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위압적인 존재가 아니라, 선하시고 우리를 사랑하는 분 이라는 시각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신학에 문외한이므로 소설을 통해 독자에게 전해지는 ‘파파’의 대화 내용이 신학적으로 성경과 부합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악과 용서’ 에 대한 큰 틀에서의 설명은 새로운 감동을 준다.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과 배려를 구하는 기복적인 기도는 별 의미가 없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그래서 성경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주 기도문을 다시 살펴 보았다. 거기에 우리가 하나님을 믿고 기도하는 이유가 명확히 설명되어 있다. 즉, 일상의 기복신앙적 요구보다는 먼저, 거룩한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고(정신),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 (생존)을 바라고, 선하게 살아갈 우리의 다짐과 더불어 더 이상 죄를 짓지 않도록 하여 악을 척결해 줄 것을 요청하는 기도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모든 인간이 하나님에게 순종하는 길을 택하면, 결국에는 큰 틀에서 죄와 악의 문제가 해결되게 되고, 유괴범 같은 악인이 없는 천국 같은 세상으로 돌아가게 되므로…… 개개인의 기복적인 소원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우리를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아버지의 것입니다. 아멘.”
이전글 2013년도 63골프 대회 후기
다음글 박건

비밀번호